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꽃을 더듬어 읽다 / 김성애

푸른 언덕 2022. 1. 5. 19:31

그림 / 이 연 숙

꽃을 더듬어 읽다 / 김성애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리어카와 한 몸으로 꾸뻑이는 할머니

먼 길 걸어오셨나, 가슴이 흘러 내린다

바람은 소리를 접어 산속으로 떠나고

비 맞아 꿉꿉해진 골목들의 이력같이

소나무 우듬지에 걸려있는 저 흰구름

공중의 새를 날려서 주름살 지워낸다

색 바랜 기억들이 토해놓은 노을인가

중복지난 서녘에 붉은 섬 둥둥 띄워

초저녁 봉선화처럼 왔던 길을 되묻고

 

꽃을 더듬어 읽다 / 김성애

(2022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