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1. 11. 18:31

그림 / 서순태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 외로운 낮 달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 인간을 위하여 우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받아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라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간밤에 흘리신 하느님의 눈물이

새들의 깃털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있다

 

 

정호승 시집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