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등에 관하여 푼다 / 박 순

푸른 언덕 2022. 1. 13. 16:51

그림 / 최 종 태

등에 관하여 푼다 / 박 순

꺾인 허리 반쯤 펴고

들어 올린 들통

엿질금을 물에 담가 불리고

팍팍 문질러 꼬두밥 넣고

불앞에서 밤을 지새운 엄마

밥알이 껍질만 남긴 채 쏙 빠져나오듯

세상에서 젤루 어려운 것이

넘의 맴 얻는 거라며

투닥대지 말고 비위 맞춰 살라고

맴 단단히 붙들고 강단지게 살라고 했다

어여 가거라,

와이퍼처럼 손을 흔들던

겨울비 우산 속 키 작은 엄마는

어둠속으로 묻혀갔다

어매, 어쩌다가 꼬두밥이 되야 불었소

 

시집 / 시작 : 시시한 일상이 작품이 될 거야

(출저 : 도봉문화원)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수 / 이바라기 노리코  (0) 2022.01.15
저녁의 염전 / 김 경 주  (0) 2022.01.14
천관 (天冠) / 이대흠  (0) 2022.01.12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호승  (0) 2022.01.11
깊은 숲 / 강윤후  (0) 202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