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추암에서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7. 27. 19:13

추암에서 / 나 호 열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공손해진다.

어떤 거만함도, 위세도

멀리서 달려와 발 밑에 부서지는

포말에 불과한 것임을 모르는 채

깨닫게 된다.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공손해진다.

보지 않으려해도 볼 수 밖에 없는

수평선을 보며

위태로운 줄타기의 광대가 되는 자신을

떠올리거나

수평선의 끝을 잡고 줄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무의식적으로 손을 길게 내밀어 고무줄처럼 수평선을 끌어당기고 싶다면

아직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다.

좀 더 살아야하는 것이다.

 

그림 / 김 경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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