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봄 / 이 성 부

푸른 언덕 2021. 7. 26. 04:50

그림 / 김 정 연

봄 / 이 성 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집 /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류진*진혜원 엮음>

 

 

<이성부 시인 >

*1942년 전남 광주 출생

*첫 시집 (이성부 시집) 1969,으로 현대문학상 수상

*전남일보 신춘문예 (바람)당선

*경희대 국문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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