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마지막 기회 / 최 영 미

푸른 언덕 2021. 7. 23. 18:10

그림 / 박 광 선

 

마지막 기회 / 최 영 미

늦게까지 독신이던 친구 A가

결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자보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B도

선을 봐서 결혼 했다고

마지막 남은 노처녀들이 일망타진되던 봄

침대에 누워 푸른 바다에 몸을 맡겼다

산과 바다가 보이는 속초의 아파트에서

더 늦기 전에 아이라도 건질까?

여자친구들이 떠난 뒤

남자들이 떠난 뒤

문장만이 오래 살아남아

이십 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잉크

담배나 태워야지

최영미 시집 / 공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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