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칼과 집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7. 20. 20:03

그림 / Bea mea soon

 

칼과 집 / 나 호 열

어머니는 가슴을 앓으셨다

말씀 대신 가슴에서 못을 뽑아

방랑을 꿈꾸는 나의 옷자락에

다칠세라 여리게 여리게 박아 주셨다

(멀리는 가지 말아라)

말뚝이 되어 늘 그 자리에서

오오래 서 있던 어머니,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다

함부로 촛불도 꺼뜨리고

쉽게 마음을 조각내는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칼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서

길 잃은 바람이 되었다

어머니,

시집 / 칼과 집 <시와 시학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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