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고백적 형상 / 권 기 선

푸른 언덕 2021. 7. 18. 21:57

그림 / 정 은 숙



고백적 형상 / 권 기 선


달에서 터진 향기가 구름 뒤에서 부서진다
별 없는 하늘

사람들의 무릎이 울고 있다

숨길 수 없는 신체 앞에서
모든 자세의 무릎은 지나치게 가지런하다

보관된 감정의 무게를 짊어지지 못하거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균형을 잃을 때

무릎은 끓어서 자신의 모두를 놓는다

작열하는 사막 한가운데 낙타는 발을 구른다
무슨 벌(罰)처럼 그의 혹이 무겁다

단단하고 묵직한 자세의
고요한 방을 자물쇠로 잠근다

장례의 온기가 파랗게 흔드린다

달은 자신의 한쪽을 찢어 터져나온 향기로,
끈임없이 하늘의 저편을 메운고 있다



<권기선 시인>
1933년 충북 음성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중
2019<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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