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머니 / 오 세 영

푸른 언덕 2021. 7. 14. 18:38

그림/ 김 계 희

 

어머니 / 오 세 영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오세영 시집 / 시는 나에게 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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