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이효 14

혼자 부르는 노래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혼자 부르는 노래 / 이 효 ​ 야자수는 혼자 노래 부른다 외딴섬에서 수평선 넘어 고향은 흐린 흑백 사진 ​ 하루 종일 숲에서 고독의 색과 소리를 찾는다 마음 밭에 붉은 불길이 고향을 향해서 일어선다. ​ 비가 그친 맑은 오후 숲은 한 방울의 눈물로 푸른 옷을 갈아입는다 기억의 장소로 떠날 준비를 한다 ​ 섬과 섬 사이 뼈마디로 다리를 놓는다 ​ 혼자 출렁이는 깊은 물결 그리움은 강물처럼 구름이 된다 ​ 야자수는 혼자 노래를 부른다. 나뭇가지로 석양에 쓰는 편지 슬프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

그림 / 이 승 희

그림 / 이 승 희 ​ ​ 가증스러운 눈물 / 이 효 ​ 하나님 당신의 제단 앞에서 거짓의 눈물 흘린 것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하나님! 별들도 숨을 죽이고 자는 이 밤에 당신의 목소리 듣고 싶어 엎드렸습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 눈물을 흘렸어도 미워하지 마시고 용서하소서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 아담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신 당신입니다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춤추게 한 당신입니다 꽃들을 벌판에서 날개 한 당신입니다 ​ 아! 당신은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말씀으로 빛을 내신 분입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내 어미의 생명을 살려주소서 ​ 가증스런 눈물이라도 받아주소서 고마운 이웃님들^^ 푸른언덕 블로그를 잠시 쉽니다. ​

뒷모습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뒷모습 / 이 효 ​ 앞집 훈이 아저씨가 은퇴를 하셨다 병원장님 댁 정원사로 일을 하셨다 빠른 손놀림을 눈여겨 본 병원장님은 아저씨를 병원 기관실로 보내셨다 첫 출근이었다 ​ 아저씨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 그래도 새벽부터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아저씨는 병원 문턱이 닳도록 일을 하셨다 열등감 따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어린 아들을 세명이나 키워야 했다 한 평생 전투를 하듯이 살아온 인생도 국수발 잘리듯이 잘여나가는 시간이 왔다 은퇴를 하란다. 느린 손놀림은 헛헛한 웃음만 자아낸다. ​ 마지막 퇴근길에 아픈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병원 앞 욕쟁이 할머니네서 만둣국을 포장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은 뒤지지 말고 살란다 상 위에 오른 만두를 자른다 아직도 배가 통통해서 견딜만한데..

겨울 등불 (자작 시)

겨울 등불 / 이 효 저 붉은 장미 운다 울고 있다 무슨 할 말이 남았을까 하얀 망사 쓰고 서성인다 시집 한 번 갔다 왔다고 바다가 섬이 되는 것도 아닌데 가슴에 푹푹 찬 눈이 쌓인다 새 출발 하는 날 길이 되어준다는 사람 앞에서 뜨는 별이 되어라 자식 낳고 잘 살면 된다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 환하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살다가 힘들면 가시 하나 뽑아라 속없는 척 살면 되지 몸에 가시가 모두 뽑히면 장미도 겨울 등불이 된다. 등불은 또 살아있는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