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등불 4

백지 1 / 조정권

그림 / 김성임 백지 1 / 조정권 꽃씨를 떨구듯 적요한 시간의 마당에 백지 한 장 떨어져 있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지만 비어 있는 그것은 신이 놓고 간 물음. 시인은 그것을 10월의 포켓에 하루 종일 넣고 다니다가 밤의 한 기슭에 등불을 밝히고 읽는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지만 비어 있는 그것은 신의 뜻. 공손하게 달라하면 조용히 대답을 내려주신다. 조정권 전문 *이 시는 '신의 뜻에 대한 겸허한 순종'을 권하는 내용이다. 요즘 말로 하면 '마음을 비우기'다.

비가 (3) / 이승희

그림 / 장주원 ​ ​ ​ ​ 비가 (3) / 이승희 ​ ​ ​ 너를 만나면 나의 가슴은 항상 물이된다 우수 띤 눈자욱 깊숙한 예감 ​ 온 몸으로 울며 쏟아놓은 마디마디 작은 조각인 양 영혼을 가른다 ​ 타던 가슴 제몫으로 사르고 이별 앞에선 아름다운 단절 ​ 끝내 어둠 내리면 등줄기 흐르는 조용한 비가 등불로 길거리에 내린다 ​ ​ ​ 이승희 시집 / 쓸쓸한 날의 자유 ​ ​ ​ ​

어머니 / 오 세 영

그림/ 김 계 희 ​ ​ ​ 어머니 / 오 세 영 ​ ​ ​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 ​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 ​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 ​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 ​ ​ 오세영 시집 / 시는 나에게 살라고 한다 ​ ​ ​

겨울 등불 (자작 시)

겨울 등불 / 이 효 저 붉은 장미 운다 울고 있다 무슨 할 말이 남았을까 하얀 망사 쓰고 서성인다 시집 한 번 갔다 왔다고 바다가 섬이 되는 것도 아닌데 가슴에 푹푹 찬 눈이 쌓인다 새 출발 하는 날 길이 되어준다는 사람 앞에서 뜨는 별이 되어라 자식 낳고 잘 살면 된다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 환하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살다가 힘들면 가시 하나 뽑아라 속없는 척 살면 되지 몸에 가시가 모두 뽑히면 장미도 겨울 등불이 된다. 등불은 또 살아있는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