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림 / 송인관 소리를 꿰매는 법 / 이 효 겨울바람이 쿨럭이면 트고 갈라진 입술을 비좁은 창문 틈에 대고서 달동네는 밤새 휘파람을 불었다 손수레에 쪽방을 끌고 가는 노파 고물상으로 가는 길, 바퀴 터지는 소리 사이로 지난겨울 맹장 터진 어린 손주의 비명이 걸어 나온다 어미는 어디로 갔는지 성냥갑 닮은 쪽방에 아이 하나 촛농처럼 식어간다 자원봉사자들 연탄 나르던 비탈진 골목길 재개발 소식에 이웃들 불꽃 꺼지듯 사라지고 반쯤 열린 대문 앞 빨간 고무대야 속에는 지난여름을 박제시킨 꽃들이 떠난 이웃의 말라버린 이름을 솎아낸다 이른 새벽에 파지 줍는 세월은 바늘귀에 침묵을 꿰어 기울어가는 생을 덧대는 일이다 조각보처럼 이어온 날짜들이 노파의 입가에 주름처럼 세 들어 산다 당고개역 잡화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