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박성우 그림 / 장근헌 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굴다 박성우시집 문학이야기/명시 2022.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