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소순희 절벽 위의 키스 / 문정희 바닷가 절벽위에서 절박하게 서로를 흡입하던 그 키스 아직 그대로 있을까 칠레 시인의 집, 야자수 줄지어 선 낭떠러지 부릉거리는 모터사이클 곁에 세워두고 싱싱한 용설란 가시 치솟은 사랑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까 사랑은 짧고 망각은 길어 독재와 혁명처럼 성난 파도 속으로 밀려갔을까 거품으로 깨어지고 말았을까 기념관 속 시인이 벗어 둔 옷보다 위대한 문장보다 살아서 위험하고 아름다운 절벽 위의 키스 아직 타오르고 있을까 늙은 아이 하나 키우고 있을까 시집 /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