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윤 경 주 경유지에서 / 채윤희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중국 부채를 유럽 박물관에서 본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는 딱정벌레 날개 위에 누워 있다 한때 공작부인의 소유였다는 황금색 부채 예수는 얼핏 부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약속한 땅은 그림 한 뼘 물가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뿔 달린 짐승은 없다 한 끝이 접혔다가 다시 펼쳐진다 떨어진 금박은 지난 세기 속에 고여 있고 사탕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잇새로 빠져나와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 파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깃털을 덮고 잠든다 멸종에 임박한 이유는 오직 아름답기 때문 핀셋이 나를 들어올리고 길이 든 가위가 살을 북, 찢으며 들어간다 기원에 대한 해설은 유추 가능한 외국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