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을 기도 / 하이네

푸른 언덕 2020. 10. 8. 19:27



가을 기도 / 하이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쓸쓸함으로 그려내는 가을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이게 하소서

이 가을이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
고이 걸어두는 아름다운 가을이게 하소서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 향기 따라 가을을 실어옴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흐느낌속에서도
이 가을이 내게 쓸쓸함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르며
청명한 물길 따라 흐를 때
나 혼자 저 높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봄에
이 가을이 더 이상 외로움을
그려 내는 가을이지 않게 하소서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내 고운 님을 향한 나만의 곱고 고운
그리움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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