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다육이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9. 27. 19:02

다육이 / 이 효

꽃집 앞에
열 개의 입을 해죽 벌리고
웃고 있는 귀공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두 손으로 모셔왔다

뙤약볕 아래
게으른 내가
물을 가끔 주는데도
통통하게 살이 곱다

화려한 꽃들에 밀려
귀퉁이에 자리 잡은 너
키가 너무 작아
사람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녘 창가에
햇볕이 내리쬐면
통통한 엉덩이 들고
벌떡 일어난다
그럴 때는 꼭 나를 닮았다

상큼한 햇살로
몰래 보톡스 맞았는지
꽃도 아닌 것이 참 곱다

나도 너처럼 가을 햇살에 누워
공짜 보톡스 한 대 맞아야겠다.

'문학이야기 > 자작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상  (0) 2020.09.29
미련한 곰 (자작 시)  (0) 2020.09.28
첫사랑 (자작 시)  (0) 2020.09.24
바다 (자작 시)  (0) 2020.09.23
환한 밤  (0) 202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