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미련한 곰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9. 28. 19:01

미련한 곰 / 이 효

아침 산책길

나무 아래 널브러진 잣 껍질

사람들 발에 밟힌다

울음소리 등이 휜다

그 많던 잣은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잣 껍질 속

마른 새 울음소리 들린다

자식들 대학 간다고

전깃줄에 달 매달아 놓고

검정 눈알 하나씩 빼주었다

늦은 밤 가계부에

붉은 백일홍 만개한다

돋보기 머리 위에 올려놓고

노망이 따로 없다

자식들은 알려나

남보다 한발 앞서라고

눈알이란 눈알 모두 빼주었는데~

수십 개의 눈알 옷에 달고도

길이 안 보인다 한다.

남은 껍질이라도 태워

길을 밝혀주어야 하나?

세상 제일 미련한 동물이

노년에 동물원에 갇혔다

길을 잃어버렸다

동물원 팻말에 원산지는

미련한 곰이라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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