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한 곰 / 이 효
아침 산책길
나무 아래 널브러진 잣 껍질
사람들 발에 밟힌다
울음소리 등이 휜다
그 많던 잣은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잣 껍질 속
마른 새 울음소리 들린다
자식들 대학 간다고
전깃줄에 달 매달아 놓고
검정 눈알 하나씩 빼주었다
늦은 밤 가계부에
붉은 백일홍 만개한다
돋보기 머리 위에 올려놓고
노망이 따로 없다
자식들은 알려나
남보다 한발 앞서라고
눈알이란 눈알 모두 빼주었는데~
수십 개의 눈알 옷에 달고도
길이 안 보인다 한다.
남은 껍질이라도 태워
길을 밝혀주어야 하나?
세상 제일 미련한 동물이
노년에 동물원에 갇혔다
길을 잃어버렸다
동물원 팻말에 원산지는
미련한 곰이라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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