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보름달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9. 30. 18:07

보름달 / 이 효

아침부터 보름달을 만든다.
하나는 당신을 위하여
또 하나는 나를 위하여

녹두를 갈아서 노란 달빛 띄우고
쌀가루 넣어서 끈적한 정붙인다

갓짜온 들기름 한 수저에
서운한 시간들 미끄러진다

젊은 날 사랑의 맹세 지키려고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지지고 볶고 노랗게 익었다

정월 대보름에 쌍둥이 달이 떴다
얼마나 긴 세월 마주했기에
저리도 닮았을까?

내 배 안에 보름달이 불룩하다
당신 배 안에 보름달이 불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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