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꽃구경 가자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9. 19. 19:17

꽃구경 가자 / 이 효

 

얘야

꽃이 피었구나

꽃구경 가자

 

모두가 잠든 밤

당신 검게 그을린 폐

붉은 꽃 한 조각 펼쳐 놓고

가슴에 바느질하는 소리

딸에게 전화를 건다

 

아버지 왜요?

새벽이잖아요

동트면 일나가야 해요

찰칵~

 

얘야

꽃구경은 다리 힘없다

목소리가 듣고 싶구나

뚜뚜뚜~

 

 

당신은 그렇게 가셨습니다

꽃이 피면

미안했습니다

붉은 꽃이 피면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멀리서 웃어 주시는 아버지

옷자락이 너무 얇아서 꽃무늬 가득한

가을 산자락 끌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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