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조연 꼬리표

푸른 언덕 2020. 9. 14. 17:23

조연 꼬리표 / 이 효

파란 하늘이 내려온다

구름이 땅 같고

땅이 구름 같구나

무대 위 서서히 춤추는 무희

속은 울고 있다

외다리 무희 아픔 골 깊다

 

무대 앞 우뚝 솟은 산

누런 잎에 녹아내린 세월

전쟁터에서 승리한 적장은

꽃다발 던진다

피 묻은 겉옷

흰옷 갈아입는다

 

내 안에 포로는 속삭인다

새벽이 오기 전에 떠나자

양철 같은 둥근 모자 쓰고

깃털을 단다

적지를 탈출하는 풀 피리 소리

무음으로 떤다

 

파란 하늘에서 양발로

자유롭게 춤추는 그날까지

조연 꼬리표 하늘에 펄럭인다

춤추는 무희의 눈물 한 방울

가을 산 활활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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