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순 / 이 효
고구마 순 나물이 먹고싶다
가을을 땅에 묻고 올라온 손
구수한 그 맛이 그립다
보랏빛 껍질을 홀딱 벗긴다
순수한 영혼 되란다
뜨거운 물에 말랑 삶는다
유연한 사람이 되란다
은근히 당기는 참기름
프라이팬에 야들야들 볶는다
남들과 잘 어울리란다
가을 달밤이 타들어가는 소리
아련한 유년의 추억
부뚜막을 넘는다
하얀 쌀밥에 고구마 순 나물
이 빠진 둥근 밥상
할머니와 겸상을 한다
밥 굶고 다니지 말란다
할머니 마른 목덜미 닮은
긴 고구마 줄기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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