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고구마 순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9. 11. 16:14

 

 

고구마 순 / 이 효

고구마 순 나물이 먹고싶다
가을을 땅에 묻고 올라온 손
구수한 그 맛이 그립다

보랏빛 껍질을 홀딱 벗긴다
순수한 영혼 되란다
뜨거운 물에 말랑 삶는다
유연한 사람이 되란다

은근히 당기는 참기름
프라이팬에 야들야들 볶는다
남들과 잘 어울리란다

가을 달밤이 타들어가는 소리
아련한 유년의 추억
부뚜막을 넘는다

하얀 쌀밥에 고구마 순 나물 
이 빠진 둥근 밥상
할머니와 겸상을 한다
밥 굶고 다니지 말란다

할머니 마른 목덜미 닮은
긴 고구마 줄기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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