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목발 11 (나들이)

푸른 언덕 2020. 7. 21. 14:47

모발11 (나들이) / 나 호 열


한 사람은 부끄러워서
한 사람은 어색해서
평생 손 마주 잡지 못했다
오늘은 고샅길 지나
꽃구경 간다
날마다 지게 지고
소쿠리 이고
다니던 산길에
산수유도 피고
매화도 활짝 얼굴을 폈다
허리도 굽고
다리 힘도 없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손 꼭 잡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부끄러움도 없이
어색함도 없이
한 그루 꽃나무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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