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푸른 언덕 2020. 7. 10. 09:36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그리고
뒤돌아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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