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끝없는 기다림을 가지고도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 때문이요
소망을 위해서이다
그대 사랑하고부터
가진 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내가 널 잊어버릴 수 있는 계절은
아직도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그리고
뒤돌아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요일 (0) | 2020.07.13 |
---|---|
여름의 마지막 장미 (0) | 2020.07.11 |
촉도 (0) | 2020.07.09 |
뼈에 새긴 그 이름 (0) | 2020.07.08 |
각시 붓꽃을 위한 연가 (0) | 2020.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