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횡성호 둘레길

푸른 언덕 2020. 5. 25. 10:00


























비가 내리는 새벽 절친 부부와 함께
횡성호를 향해 출발했다.
비가 어찌나 퍼붓는지 은근히 마음
한구석에 괜히 왔나"하는 후회감
마저 들었다.
그런데 9시 정도가 되자 날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우산 위로 톡톡톡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빗속을 뚫고 와서 그런지 호숫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호수를 통째로 대여한 느낌이
들었다.
횡성호는 둘레길이 흙으로 되어
있어서 더 친근감이 간다.
앞으로 개발이 더 되면 조만간
흙길도 없어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등 뒤에서 시원한 천연 바람이
귀에다 속삭인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가끔씩 나뭇잎에 매달린 물방울이
얼굴에 떨어져 간지럽힌다.
호수의 색이 초록빛이라고 해야 될까?
옥색이라고 해야 할까?
참 색이 곱고 단아하다.
잔잔한 물결은 피아노 건반을
부드럽게 치는 것 같다.
가끔 보라색 들꽃들이 인사를 한다.
가까이서 들리는 새 울음소리가
내 귀에는 "으악" "으악~" 들린다.
이름을 몰라서 으악새로 불러주었다.

물길을 따라서 곡선으로 만들어진
길은 마치 여인의 가느다란
허리처럼 부드럽게 굽어져 있었다.
가끔씩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쓰러져 있는 고목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디어 내고
생명을 다한 듯 하다.
마지막으로 숨을 멎는 순간까지
푸른 물을 찾아가 머리를 담그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마음에 큰 감동이 전해졌다.

멀리서 긴 의자가 보인다.
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긴 의자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자작 시 한편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긴 의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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