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봄의 판도라

푸른 언덕 2020. 4. 4. 19:05

 

 

 

봄의 판도라 / 이 효

 

봄의 판도라

누가 열어 놓았을까?

목련 진달래 개나리꽃들

꽃잎마다 색이 깊어 웃다 운다.

 

바람아 더는 흔들지 말아라

꽃잎 흔들리면 붉어진 내 마음

어디로 갈까 발걸음 길을 잃는다

 

겨울나무속에서 견뎌낸

어린 것들 까만 눈동자 어느세

연녹색 옷 갈아입으면

사월은 뼈도 없이 녹아내린다

 

세월은 아침 이슬 같은 것

봄이 왔다 간다는 것은 내 마음에

나무 액자 하나 걸어 놓는 것

색 바랜 그림 한 장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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