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삼각 김밥 번호 / 이효

푸른 언덕 2024. 12. 19. 04:16

삼각 김밥 번호 / 이효

 

수저와 수저 사이의 기다림은

독거노인의 긴 한숨

 

현관문 열어 놓고

이봐 젊은이, 날 좀 앉혀주게나

 

뼈만 남은 휠체어 바퀴를 보며

슬금슬금 사라지는 그림자들

 

뒤척이던 바퀴가 편의점 가는 날

삼각 김밥 하나, 풀지 못하는 남자

 

하얀 밥과 김 따로, 내 자식들 같다

남자의 일회용 눈물이 쏟아진다

 

검정 모서리 씹는 서녘의 한 입

쪼그리고 앉은 시간이 중얼거린다

 

이젠, 삼각 김밥마저 을큰하다

이효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