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푸른 언덕 2023. 6. 25. 17:47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 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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