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김옥희 씨 / 나호열

푸른 언덕 2023. 6. 26. 18:41

그림 / 김두엽

김옥희 씨 / 나호열

열둘 더하기 열둘은? 이십사 팔 곱하기 팔은? 육십사 이백오십육 곱하기 이백오십육은? 아… 외웠는데 까먹었네, 생일이 언제? 구월 이십 팔일 오늘은 며칠? 그건 알아서 뭐해 그날이 그날이지 자목련 꽃진 지 이미 오래인데 ​왜 꽃이 안 피냐? 저 나무는… 아홉 시 반에 타야 하는 차를 아홉 시에 나와서 기다리는 여든여섯 살 김옥희 씨 가끔은 자기 이름도 잊어버리지만 저기 저기 주간치매보호센터 차가 오네… 불쌍한 노인네들 너무 많아 끌끌 혀를 차며 나를 잊어버리지만

오늘도 독야청청한 나의 어머니 김옥희 씨!

감사합니다. 세수도 잘 하시고 이도 잘 닦으시고 화장실도 거뜬하시니

오늘도 감사합니다

나호열 시집 / 타인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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