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소주병 / 공광규

푸른 언덕 2023. 6. 28. 18:35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 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공광규 시인은 빈 소주병을 바라보면서 늙어서 소외된 아버지 즉 젊은 날 삶에 찌들어서 노동이 끝난 후에 소주병을 기울였을 그러나 이제는 퇴물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쓸쓸하게 생각하면서 아버지와 빈 소주병을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특징을 잘 살려서 만인에게 사랑받는 소주병이란 명시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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