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목계장터 / 신경림

푸른 언덕 2023. 5. 15. 19:57

그림 / 이미화

목계장터 /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울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겨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세속적 가치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시인의 삶의 자세를 자연의 모습에 비겨 표현한 작품이다

 

시집 / 우리 시 100 <최성수 손경목 엮음>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 / 이시가키 린  (26) 2023.05.17
꽃밥 / 엄재국  (34) 2023.05.16
종이 배를 타고 / 정호승  (22) 2023.05.14
양쪽 귀를 접은 페이지 / 김혜순  (10) 2023.05.12
수레 / 최금진  (32)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