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일요일에 심장에게 / 쉼보르스카

푸른 언덕 2023. 3. 25. 20:33

그림 / 조영진

일요일에 심장에게 / 쉼보르스카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보채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아서.

타고난 성실함과 부지런함에 대해

그 어떤 보상도, 아첨도 요구하지 않아서.

너는 1분에 70번의 공로를 세우고 있구나.

네 모든 수축은

마치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는

조각배를 바다 한가운데로

힘차게 밀어내는 것 같구나.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한 번, 또 한 번,

나를 전체에서 분리시켜줘서,

심지어 꿈에서조차 따로 있게 해줘서.

내가 늦잠을 자지 않고 비행시간을 맞출 수 있게 해줘서,

날개가 필요 없는 비행 말야.

내 심장아, 정말 고맙다,

내가 또다시 잠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어서.

비록 오늘은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쪽에선

휴일을 코앞에 둔 분주하고, 일상적인 움직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시집 / 끝과 시작 <쉼보르스카 시선집>

 

 

* 블친님들 ^^ 개인적인 사정으로 5일 동안 답방이 어렵습니다.

  매일 오셔서 시 한 편 읽고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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