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유해랑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에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다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다
안도현 시집 /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 블친님들 ^^ 개인적인 사정으로 5일 동안 답방이 어렵습니다.
매일 오셔서 시 한 편 읽고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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