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대현
뜻밖의 만남 / 쉼보르스카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우리의 호랑이들은 우유를 마신다.
우리의 매들은 걸어 다닌다.
우리의 상어들은 물에 빠져 허우적댄다.
우리의 늑대들은 훤히 열린 철책 앞에서 하품을 한다.
우리의 독뱀은 번개를 맞아 전율하고,
원숭이는 영감 때문에, 공작새는 깃털로 인해 몸을 부르르 떤다.
박쥐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멀리 날아가버린 건 또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던가.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쉼보르스카 시선집 / 끝과 시작
그림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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