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서커스의 동물 / 쉼보르스카

푸른 언덕 2023. 3. 13. 20:13

그림 / 김정래

서커스의 동물 / 쉼보르스카

곰이 리듬에 맞춰 탭 댄스를 춘다,

사자가 풀쩍 뛰어올라 불타는 고리를 통과한다,

원숭이가 금빛 망토를 걸치고 자전거를 탄다,

휙휙 채찍 소리, 쿵짝쿵짝 음악소리,

휙휙 채찍 소리, 동물들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코끼리가 머리 위에서 물병을 이고 우아하게 행진한다,

강아지들이 춤을 추며 신중하게 스텝을 밟는다.

인간인 나, 심히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날 사람들은 유쾌하게 즐기지 못했다.

그래도 박수 소리만큼은 요란하기 짝이 없다.

비록 채찍을 손에 쥔 기다란 내 팔이

모래 위에 날카로운 그림자를 드리웠어도.

쉼보르스카 시선집 /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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