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기용
석류 / 앙브루아즈 폴 투생 쥘 발레리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 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러운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시집 / 세계의 명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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