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신창 시장, 긴 편지 / 이 효

푸른 언덕 2023. 1. 7. 20:25

 

그림 / 임천

 

 

 

신창 시장, 긴 편지 / 이 효

 

 

할멈을 끌고 간다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굴러온 작은 바퀴

이젠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이 없다

 

오늘은 할망구 생일

밥상에 덜렁 혼자 앉으니

지난 세월 허두 미안혀

울컥 생목 오른다

 

석탄 같이 타들어간 당신

먼저 하늘로 보낸 것 같아

신창 시장 달달달 돌며

매일 용서를 구한다

 

천천히 가유 영감

귓전에 들리는 할멈 목소리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보니

 

늙은 아이 홀로 긴 편지 끌고 간다

 

 

 

 

시집 / 도봉열전 (도봉 문화원)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다

 

 

 

 

 

 

 

'문학이야기 > 자작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를 꿰매는 법 / 이 효  (21) 2023.01.20
검정 고무신 / 이 효  (25) 2023.01.12
벽속의 어둠 / 이 효  (32) 2023.01.05
새해가 내려요 / 이 효  (35) 2022.12.30
고향에 핀 도라지꽃 / 이 효  (34) 202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