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 최금진

푸른 언덕 2023. 1. 3. 16:33

 

그림 / 강선아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 최금진

 

 

가난한 아버지는 가난한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학교 가는 아들 앞에

초라하지만 정성스럽게 상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가난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먹어!

어서 먹어!

안 먹어?

 

아버지는 가난한 자신이 부끄러워 화를 냈습니다

자신 앞에 누워있는

어리고 착한 가난의 뺨을 힘껏 때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의 배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먹어!

어서 처먹어!

 

그 아들도 커서 똑같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직장도 없는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툭하면 술 먹고 손버룻 나쁜 남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뚝!

그쳐!

안 그쳐!

 

이런 식으로 울음을 달래는 가난한 가장을

아무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최금진 시집 / 새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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