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연화
단풍나무 / 안도현
둘러봐도, 팔장 끼고 세상은 끄떡없는데
나 혼자 왜 이렇게 이마가 뜨거워지는가
나는 왜 안절부절 못하고 서서
마치 몸살 끝에 돋는 寒氣처럼 서서
어쩌자고 빨갛게 달아오르는가
너 앞에서, 나는 타오르고 싶은가
너를 닮고 싶다고
고백하다가 확, 불이 붙어 불기동이 되고 싶은가
가을날 후미진 골짜기마다 살 타는 냄새 맑게 풀어놓고 서러운 뼈만 남고 싶은가
너 앞에서는 왜 순정파가 되지 못하여 안달복달인가
나는 왜 세상에 갇혀 자책의 눈물 뒤집어쓰고 있는가
너는 대체 무엇인가
나는 왜 네가 되고 싶은가
그리운 여우 / 안도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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