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단풍나무 / 안도현

푸른 언덕 2022. 11. 1. 19:13

 

그림 / 김연화

 

 

 

 

단풍나무 / 안도현

 

 

 

둘러봐도, 팔장 끼고 세상은 끄떡없는데

나 혼자 왜 이렇게 이마가 뜨거워지는가

나는 왜 안절부절 못하고 서서

마치 몸살 끝에 돋는 寒氣처럼 서서

어쩌자고 빨갛게 달아오르는가

너 앞에서, 나는 타오르고 싶은가

너를 닮고 싶다고

고백하다가 확, 불이 붙어 불기동이 되고 싶은가

가을날 후미진 골짜기마다 살 타는 냄새 맑게 풀어놓고 서러운 뼈만 남고 싶은가

너 앞에서는 왜 순정파가 되지 못하여 안달복달인가

나는 왜 세상에 갇혀 자책의 눈물 뒤집어쓰고 있는가

너는 대체 무엇인가

나는 왜 네가 되고 싶은가

 

 

 

 

 

그리운 여우 / 안도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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