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메기 / 신동호

푸른 언덕 2022. 11. 3. 16:37

 

그림 / 장현우

 

 

 

 

메기 / 신동호

 

 

 

 

파로호의 메기는 물안개를 먹고산다

 

안개는 추문을 감추지만, 흐릿하게, 아주 잊히지 않을 만큼만, 아는 사람들만 알 정도로만 사랑을 드러낸다. 깊은 자맥질. 강을 흘린 메기의 흔적만 쫓을 뿐, 미끄덩, 손에서 빠져나간 기억들을 주워담기에 우리들 마음이 너무 가난하다.

 

주낙을 기다리고 물안개를 기다렸다.

 

강물이 안개와 뒤섞여 낡은 거룻배의 바닥에서

찰랑댈 때 저녁의 메기들이 옛일을 떠올렸다.

안개를 좋아했던 작은 형의 두툼한 손이 지금도 뒤춤을 잡곤 한다. 파라호에서는 메기가 우리를 선택했다. 번번이 빈 주낙 때문에 낙담할 것 없다.

 

 

 

 

 

신동호 시집 /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