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천상병 시 문학상 23회)

푸른 언덕 2022. 11. 5. 19:00

 

그림 / 강애란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 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도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유병록 시집 / 아무 다짐 않기로 해요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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