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모닥불 / 정호승

푸른 언덕 2022. 11. 6. 19:05

 

그림 / 심승보

 

 

 

 

 

 

모닥불 / 정호승

 

 

 

강가의 모닥불 위에 함박눈이 내린다

하늘의 함박눈이 모닥불 위에 내린다

 

모닥불은 함박눈을 태우지 않고 스스로 꺼진다

함박눈은 모닥불에 녹지 않고 스스로 녹는다

 

나는 떠날 시간이 되어 스스로 떠난다

시간도 인간의 모든 시간을 스스로 멈춘다

 

이제 오는 자는 오는 곳이 없고

가는 자는 가는 곳이 없다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

 

 

 

 

정호승 시집 / 슬픔이 택배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