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고추밭 / 안도현

푸른 언덕 2022. 10. 25. 18:02

 


 
 
 
 

고추밭 /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진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안도현 시집 / 서울로 가는 전봉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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