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장근헌
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굴다
박성우시집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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