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단풍 / 박성우

푸른 언덕 2022. 10. 26. 18:56

 

그림 / 장근헌

 

 

 

 

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굴다

 

 

 

박성우시집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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