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한부열
수라 (修羅) /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잰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 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시집 / 백석 시집
<은이퍼브>
*수라 (修羅) / 불교에서 싸움을 일삼는 무서운 귀신, 원어는 아수라
*이 시는 거미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붕괴된 가족 공동체의 아픔을 나타낸 작품이다.
거미 가족은 일제 강점기 때 해체된 우리 민족의 가족 공동체라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거미 가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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