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수라 (修羅) / 백석

푸른 언덕 2022. 7. 2. 20:00

 

 

그림 / 한부열

 

 

수라 (修羅) / 백석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잰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삭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 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 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시집 / 백석 시집

<은이퍼브>

 

 

*수라 (修羅) / 불교에서 싸움을 일삼는 무서운 귀신, 원어는 아수라

 

*이 시는 거미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붕괴된 가족 공동체의 아픔을 나타낸 작품이다.

거미 가족은 일제 강점기 때 해체된 우리 민족의 가족 공동체라는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우리 민족의 아픔을 거미 가족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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