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최 석 원
동물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끝별
소 눈이라든가
낙타 눈이라든가
검은 눈동자가 꽉 찬 눈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눈을 굴리며 산 것 같아
남의 등에 올라타지 않고
남의 눈에 눈물 내지 않겠습니다
타조 목이라든가
기린 목이라든가
하염없이 기다란 목을 보면
내가 너무 많은 걸 삼키며 사는 것 같아
남의 살을 삼키지 않고
남의 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펭귄 다리라든가
바다코끼리 다리라든가
버둥대는 짧은 사지를 보면
나는 내가 더 많은 죄를 짓고 살 것 같아
우리에 갇혀 있거나 우리에 실려 가거나
우리에 깔리거나 우리에 생매장당하는 더운 목숨들을 보면
우리가 너무 무서운 사람인 것만 같아
시집 / 오늘의 시
*202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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