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연둣빛까지는 얼마나 먼가 / 조인성

푸른 언덕 2021. 12. 15. 18:10

그림 / 최 현 정

 

연둣빛까지는 얼마나 먼가 / 조인성

오후 4시 역광을 받고 담벼락에 휘는 그림자는

목이 가늘고

어깨가 좁다 고아처럼 울먹이는 마음을 데리고

타박타박 들어서는 골목길

담장 너머엔 온몸에 눈물을 매단 듯, 반짝이는

대추나무 새잎

저에게 들이친 폭설을 다 건너서야 가까스로 다다랐을 새 빛

대추나무 앙상한 외곽에서 저 연둣빛까지는

얼마나 멀까

잎새 한잎, 침묵의 지문 맨 안쪽 돌기까지는

얼마나 아득한

깊이일까 글썽이는 수액이 피워올린 그해 첫

연둣빛 불꽃까지는

 

조인성 시집 / 장미의 내용 <창비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