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비망록 / 문 정 희

푸른 언덕 2021. 12. 16. 19:41

그림 / 송 영 신

 

비망록 / 문 정 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